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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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0-03-23 05:21
구토,
 글쓴이 : 하날
조회 : 723   추천 : 0   비추천 : 0  


김영하의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에는 에비앙 생수를 마시면 구토를 하는 여자가 있다.
생수에서는 정액 맛이 나서 마실 수 없으니 콜라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 여자가 왜 그렇게 되었는지는 책의 본문을 통해 알게 되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물 없으면 한시간도 제대로 버티지 못하는 나로서는 절대로 이해할 수 없었던 그 여자.


그런 내가 오늘 이 새벽, 자려고 누운채 지난 상처에 구역질이 올라와 헛구역질을 해대다 그 구역질에 못이겨 이불을 뒤집어 쓴 채 끅끅 쉰소리 내가며 두시간을 꼬박 울다가 결국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물통을 입에 물었다가, 생수 냄새에 구토가 더 밀려올라와서 머그컵 하나 가득 식어빠진 커피를 물 대신 한숨에 들이키고서야 눈물을 훔친다.


기억이란, 괴로운 것이다.


애써 좋은 기억들을 떠올리며 살아가려고 두고두고 곱씹으며 노력하지만,
그런 노력같은거 하지 않아도 나쁜 기억들은, 언제나 내게 살아있고,
내 의지에 따라 의식적으로 움직이는 좋은 기억들과 반대로  
나쁜 기억들은 내 의지와 무관하게 나의 무의식을 지배한다.


숨이 막혀.
토할 것 같아.


다시 시작되는 악몽.


언제쯤, 나는 아무렇지 않게 감당해내며 괜찮게 살아갈 수 있을까.
이젠 어느정도 끌어안고 감당을 해내며 살아가고 있다고 착각했는데,
아직은 버겁다라는 것을 다시 깨달아버린 나는,


아침 해가 뜰 때까지만 절망해야지.
아침 해가 뜰 때까지만 실컷 울꺼야.



20100323AM05:09
토할 것 같아 차라리 토하고 싶은,
하늘을 날고 싶은 하날라리


십장생 10-03-23 16:38
 
저도 지난 기억때문에 힘들어하는 일이 많지만...기억때문에 구토를 할 정도라면 얼마나 괴로운 기억이어야하나요. ㅠ
십장생 10-03-23 16:39
 
참 저도 맨날 생수마실때 비려서 그냥 쥬스마신다는.....정말 비려!
     
하날 10-03-23 23:04
 
난 평소엔 생수를 좋아하는 놈이란 말이지 .....ㅜ
가면의고백 10-03-25 06:20
 
나쁜 기억은 잊고 좋은 것만 기억하려고 하는게 인간 본성이라는데...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괴로운 기억은 잊기가 어려운가봐. 어떤 기억은 터지고 난 폭탄 파편 같이... 꽉 박혀서 두고두고 안 빠지기도 하더라. 시간이 가면 슬픔은 희미해지고 좋았던 것, 행복했던 것만 남아야 하는데 말야...
     
하날 10-03-28 11:24
 
어떤 파편들은 너무 깊이 박혀 빼내는 것이 오히려 더 위험할 때도 있다.
하는 수 없이 품고 평생을 지니고 살아가야 할 파편도 있겠지.

인정하고 납득하여 감수할 수 있게 되면 그만큼 더 견딜만해져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심장과 머리가 항상 같은 흐름을 타는 것은 아니니까 ..
그것이 또 다른 자괴의 빌미를 제공해주게 되는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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