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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0-09-26 14:48
『변두리 괴수전』X『합★체』X『망루』
 글쓴이 : 박교주
조회 : 576   추천 : 0   비추천 : 0  

  먼저 썰을 풀 두 소설은 여러모로 닮았다. 처음부터 유사한 소설을 읽고자 했던 것은 아닌데, 어떻게 손에 집히는 대로 올리다 보니 닮은 꼴의 소설을 들게 되었다. 자, 그럼 이 소설들이 어디가 그리 닮아 있는지 한번 살펴 보자.

1.
  먼저 『변두리 괴수전』이다. "은강"이라는 도시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변두리 괴수전』은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공』에 대한 오마쥬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비인간적인 삶에 대한 울분과 생존을 위한 대응으로 살인을 저질렀던 "난장이 아들"의 전설이 전해져 내려 오는 곳. 그곳을 배경으로 세상의 중심에 설 수 없어, 변두리를 전전하다 그 옛날 "난장이 아들"처럼 결국 괴수가 되고만 아이들의 이야기이다.

  흡사 무협지의 주인공을 연상케 하는 등장 인물과 무협지에서 따온 것이 분명한 인물들의 말투는 소설의 몰입을 돕는 청량음료와 같은 구실을 한다. 아마도 작가는 "학교 전설", "도시 전설"과 같은 이야기를 풀어 나가기에는 무협지만한 것이 없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그리고 그 시도는 적절한 위트,풍자와 함께 결과적으로 잘 맞아 떨어진다. 일정한 긴장을 유지한 채 소설을 결말까지 잘 이끌고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소설에서 사회문제를 말하고 있는 부분에 이르러서는 아쉬운 점이 눈에 띈다. 특히 등장인물들이 현실을 자신의 문제로 인식하는 과정에 대한 형상화가 부족했던 것같다. 특히 사건에 뛰어는 계기에 있어서는 하나같이 개인적인 면모만 보여줄 뿐, 그것을 공동의 문제로 확대해 보여주지 않았다.

물론, 성장소설이고, 고등학생들이 주인공이다 보니, 그들의 인식이 미성숙할 수도 있겠지만...아무리 그래도 주인공들을 '난장이의 아들'과 같은 "괴수"의 반열에 올리는 건 아니더라 싶더란 말이지.

2. 
『합★체』는 소위, 1318청소년 문고이다. 그러다 보니 성장소설이다. 앞서 살펴본 『변두리 괴수전』도 일종의 성장소설이라고 볼 수있으니, 일단 성장소설이란 측면에서 두 소설이 같다. 근데 이 두 소설이 닮은 건 그 뿐만이 아니다. 『변두리 괴수전』이 "은강 소고"로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공』의 오마쥬로 시작했듯이, 『합★체』역시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공』의 오마쥬로 시작한다. 단순히 "아버지는 난장이었다."라는 구절만 빌려 온 것이 아니라, 사회적 약자로서 난장이의 면까지 빌려온 이 소설은, 그런데, 정작 읽다보면 이야기하고 자하는 바는 빌려온 것에 비해 소박하다.

음...한마디로 이야기하자면 "난장이 오합, 오체형제의 키 크기 프로젝트"라고 할까? 그 과정이 무공 비급을 찾아 외딴 곳에서 수련하는 무협지적 면모를 보인다는 점에서도  『변두리 괴수전』과 닮은꼴이다.

그런데『합★체』는 이야기가 너무 아쉽다. 1318성장소설이라고 하지만, 갈등 양상이나, 공감대 형성은 초등학교 3,4,5,6학년에 더 적합하지 않나 싶다. 예상 가능한 전개에, 별 다른 특징 없는 문장이 너무 심심했다. 소개글에서는 "정말 웃긴다" 그 자체만으로 충분히 읽을 만하다고 했지만...별로;;

거기다가 구성에서도 다소 이해가 안 가는 것이 소설 제목은 분명『합★체』인데, 소설의 주된 이야기나 사건의 중심에는 항상 "오체"가 있고, "오합"은 뒷전이다. .이러면 "합체"의 의미가 퇴색되지 않나?-_ - 또, 체 게바라 이야기는 중간에 왜 집어 넣은 건지도 이해가 안 간다. "무슨 말을 하고 싶었던걸까?"

3. 
  두 소설 모두 올해 출간된 신간이다. 신인 작가라 그런지, 두 소설 모두 기대에 비해 아쉬운 점이 었다. 그런데 그러한 아쉬운 점을 떠나서 이 두 소설을 읽었을 때 참 신기했던 것은 두 소설 모두 『난쏘공』의 영향 아래 소설을 썼다는 것이었다. 아니, 70년대의 그 무엇이 오늘날에도 향수를 일으키게 하였길래? 처음엔 그냥 우연인가 했다. 그런데, 다음에 읽은 신간은 그게 우연이 아니라고 말하고 있는 듯 했다.



4.
 주원규의 소설을 읽은 건 이걸로 3권째이다. 
제14회 한겨례 문학상을 받았다는 『열외인종 잔혹사』는 읽었을 때는 "한겨례 출판사는 여전히 실험적인 작품을 좋아하는 구나" 싶었고, 한국현대사를 파편화해 그렸다는『무력소년생존기』를 읽었을 때는 작가의 상상력에 혀를 차면서도, 아쉬운 점이 없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에 그가 새로 내놓은 『망루』는 그의 작품 중에서도 가장 안정적일 뿐만 아니라 그의 역량을 가장 잘 보여준 소설이 아닌가싶다. 잠시, 다음에 올라온 책소개를 살펴 보자.

한국 사회의 부조리를 건드린 주원규의 작품! 

2009년 한겨레문학상 수상작가 주원규의 소설『망루』. '무규칙 별종의 비주류 작가'답게 한국 사회의 재개발 문제와 종교 문제를 정면에서 비판한다. 초대형 교회인 세명교회에서 교육 전도사로 사역하면서 목사 안수를 앞두고 있는 정민우. 그는 신학에는 문외한이지만 아버지의 교회를 물려받기 위해 목회를 시작한 담임목사 조정인의 주일 설교문을 대신 작성해주는 일을 하며 갈등하지만, 담임목사와의 관계가 껄끄러워지는 게 두려워 대필을 계속 한다. 한편, 조정인은 교세 확장과 하나님 왕국을 만든다는 명목으로, 복합 레저 타운 및 대형 쇼핑몰을 건설하기 위해 자신의 교인들이 거주하는 미래시장촌을 철거시키려 하는데…. 

『망루』는 두 가지 이야기를 하고 있다. 신의 존재, 그리고 신의 역할에 대한 종교적 이야기와 오늘날 철거민의 비극이 그것이다.

먼저,  2천년 전 로마제국의 이야기와 현실을 오가며 사건을 전개하고 있는 『망루』는 종교적 문제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이문열의 『사람의 아들』이나 김동리의 『사반의 십자가』를 절로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위의 두 소설과 다르게 『망루』는 종교적인 문제를 다만 종교적 사유와 고뇌로 남겨 두는 것이 아니라, 작금의 현실과 엮는다. 그래서  기독교에 별반 관심 없는 사람도 진지하게 생각해 보게끔 만든다. 신은 어떤 존재인지, 그리고 오늘날 우리가 바라는 신은 어떤 존재인지 말이다.

  두 번째로 『망루』를 읽고 있다 보면 저절로 용산참사에 대해 생각을 잇게 된다. 권력에 희생된 사람들, 최소한 삶조차 보장받지 못한 이들의 비극은 『난쏘공』의 그것과 다를 바가 없지만, 그보다 더 생생하게 다가 온다. 현실과 다름 없는 소설때문에 말이다.

“하나님은 저에게 이 지역 사회에 봉사하고 국가에 기여할 수 있는 세명교회의 비전을 성취하라는 사명을 주셨습니다. 이제 교회는 더 이상 예배만 드리고 성도들끼리 모여 밥이나 나눠 먹는 조악한 장소가 될 수 없습니다. 이웃과 지역 사회 개발을 위해 봉사하고 하나님의 질서에 가장 성실하게 부합하는 자유민주주의의 이념을 받든 시장경제가 보다 활성화될 수 있도록 문호를 과감히 개방하는 복합 레저 타운을 조성하는 것이 세명교회가 할 수 있는 진보적인 하나님 나라 확장이라는 신념이 저에게 주신 하나님의 참된 소명이었던 것입니다.”

 위는 소설 상의 등장인물인 조창석 목사가 하는 말 중 일부이다. 난 이 어처구니 없는 말을 읽고도 마냥 웃을 수가 없었는데, 그건 현실에서 이 같은 일이 똑같이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었다. 뭐, 굳이 멀리서 찾을 필요도 없지 않은가? 한 나라의 수장이란 작자의 과거 행보만 보더라도 빤히 드러나는 것을. 

 이런 작금의 상황 아래 희생되는 것이 바로 소설 상에서 "철거민"으로 대표되는 힘 없는 사람들이고, 작가가 말하는 열외 인종들이다. 그리고 그 일방적인 희생 양상은 40년 전이나 지금이나 큰 차이가 없다. 어쩌면『난쏘공』의 영향 아래 쓰여진 소설을 요즘들어 자주 접하는 것도 이런 현실때문이 아닌가 싶다. 작가들은 역사가 반복되는 양상에서 영감을 얻고, 독자들은 현실을 보는 듯한 착각에 이끌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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