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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6-08-16 01:05
<죽음이란 무엇인가>, 셸리 케이건
 글쓴이 : 박교주
조회 : 55   추천 : 0   비추천 : 0  
책상 위에 읽은 지 일주일이 지난 책이 여전히 올려져 있다.
나는 책을 다 읽고도 어쩐지 책을 책장에 꽂아 둘 수 없었다.사실 딱히 죽음이 무엇인지 궁금한 것도 아니었는데.  애써 외면하고프면서도 마음 한자락이 책에 머물고 있는 느낌이다. 죽음? 생각하면 꺼림칙하기만 한데...

난 아직 죽을 준비도 안 되었고, 죽고 싶지도 않다. 그러니 죽음이란 생각 자체를 하고 싶지도 않고, 기피하고 싶다. 그건 이 책을 읽기 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그런 내가 애초에 이 책을 골랐던 이유는, 어떻게 사는 게 좋은 건지, 궁금했기 때문이었다. 

내 삶은 왜 이 모양 이 꼴인가?  어떻게 사는 게 좋은 것인가? 나 대신 살아줄 사람은 어디 없는가? 아니, 내 고통만 전가하고 싶은데, 안 되겠지 아마? 
먹고 사는 일에 급급하다 보니
남들 만큼 먹고 살려고 바둥거리다 보니
더 먹고 더 싸려고 애쓰다 보니
어느 순간, 어떻게 사는 게 잘 사는 삶인지 감이 잘 안 오더라.  그러다가 혹, 삶의 반대인 죽음에 대해서 알 수 있다면, 삶이 무엇인지 알 수도 있지 않을까 해서 고른 것이다. 

그래서, 죽음이 뭔지, 삶이 뭔지 알았냐고? 

그럴 리가 -_ - 

애초에 책 자체가 내가 기대한 바와 지향점이 달랐다. 아니, 책 한 권에 무슨 깨달음을 얻으려고 한 내가 어리석었다. ㅋㅋㅋ
이 책은 총 2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는 인식론적 차원에서 죽음이 무엇인지, 사후세계가 있는지, 영혼이 있는지에 대해 접근한다. 그리고 2부에서는 가치론적 차원에서 영생과 죽음의 가치를 논한다. 하지만 난 책을 읽을수록 저자가 왜 이런 짓(?)을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내가 느끼기에, 새삼 새로운 것도 없는 것을, 또 너무나 당연한 사실에 대해서 기를 쓰고 설명하려 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때로는 설명을 위해 지나친 가정을 동원한다는 생각도 들었다. 여하튼 개인적으로 나는  이 책의 두께를 이해하기 힘들었다. (이런 당연한 말을 하려고 이렇게 많은 지면을 할여했단 말인가!) 

적어도 어제까진 말이다. 

친구가 집에 왔었다. 친구는 때마침 내 책상 위의 책을 보았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였던 그는 이 책의 저자에 대해서도 알고 있는 모양이었다. 그리고 저자의 주장(정확하겐 무신론자들의 주장)에 대해 내가 미처 생각하지도 못한 방식으로 까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그제야 난 알았다. '아, 그래서 그랬구나. 이런 종교인의 반박 때문에 논리적으로 죽음을 증명하고자 한 것이구나.' (끄덕끄덕) 책을 읽던 당시에는 심드렁했지만 실제로 종교인의 반응을 보고 나니 실감이 났다.

그런데

그건 그거고...

어쨌든 난 종교인이 아니잖아? 나에게 별감흥이 없는 내용이었던 건 달라지지 않았다. 고상한 철학은 고상한 철학가의 철학일 뿐 나의 철학이 되진 않은 듯 싶었다.

다만, 
그럼에도 다 읽은 책을 여전히 책장에 쑤셔박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에필로그에 남겨진 저자의 말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정말로 중요한 건 이것이다. 우리는 죽는다. 때문에 잘 살아야 한다. 죽음을 제대로 인식한다면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행복한 고민을 할 수 있다. 이제 이 책을 덮고 나거든 부디 삶과 죽음에 관한 다양한 사실들에 대해 여러분 스스로 생각해보기 바란다. 나아가 두려움과 환상에서 벗어나 죽음과 직접 대면하기를 바란다. 그리고 또 다시 사는 것이다."

맞는 말같다. 
죽음이 뭐든 간에, 아무 준비 없이 그 앞에 내 삶을 방치하고 싶지 않았다. 언제 올 지 모르는 게 죽음이면, 그 전에 나 자신을 진지하게 되돌아 볼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 생각해 보면 그동안 나는 나 자신에 대해 진지한 적은 있었는지 모르겠다. 나는 진지해지는 게  두려웠다. 눈앞의 현실도 쳐내기 힘든데, 난 지금보다 더 치열하게 살 자신도 없는데, 난 겁도 많고 무서운 것도 많은데... ...
삶에 굳이 억지로 의미 부여할 필요 있을까싶었다. 다들 그냥 되는 대로 사는데. 아무 사건 없이, 평온 속에 내가 하고 싶은 것만 하며 사는 것도 행복이지 않을까? 하고.

... ...뭐, 실은 여전히 그것도 나쁘지 않고, 살다보면 그렇게 살 수도 있지~하고 생각한다. ㅎㅎㅎ

그렇지만 한 번쯤은 각오를 다지고 나를 진지하게 대해야 "시작"이란 걸 하겠지. 중도 포기도 출발을 해야지 하는 거니까. 

내가 누군지 살피고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하고
그런 내가 사랑하는 것을 찾을 테다

그런 다음에는 책의 마지막 페이지에서 머물고 있는 내 마음도 갈피를 잡을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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